Memento mori

기억하는 방식과 형벌의 방식

조아진 2023. 2. 2. 19:49

기억하는 방식과 형벌의 방식

사무실에서 일하던 도중 오후 쯤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연락이 왔다.

대개는 스팸 전화다.

코로나 터지기 전엔 보험사에서 보험 들라고 전화나 문자가 왔고 코로나 이후로는 주식 투자, 코인 투자, 부동산 투자하라고 연락들이 온다. 그래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받게 된다.

“여보세요”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더니 자신이 JTBC 최OO 기자라면서 이번에 이태원 참사 100일 방송을 준비 중인데 내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하얀 나비들을 위한 레퀴엠>이란 작품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해도 되겠는지 그리고 작품설명을 좀 보내 주실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예전에도 내가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2017년에 곧바이 전을 할 때 TV조선 기자가 JTBC 기자를 사칭해서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왔고 어리숙 했던 난 그 말을 고대로 믿고 속아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인터뷰 다음 날 정작 내가 인터뷰했다는 JTBC에서는 기사가 안 나오고 TV조선에서 조아진 작가 인터뷰했다고 지인들이 알려줘서 벙쪘던 기억이 났다.

곧바로 나에게 전화했던 그 TV조선 기자 놈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고 오후까지 전화해서 내가 납득할 만한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문자를 남긴 뒤 오후가 돼서 전화가 오긴 왔는데 나를 인터뷰 했던 그 기자가 아닌 카메라 드는 후배란 놈이 전화를 해왔다.

요지는 이러했다. “지금 선배 기자가 너무 바빠서 제가 대신 연락들 드리는 건데, TV조선이라고 하면 아무도 인터뷰에 응해 주지를 않아서 그랬다. 너무 죄송하다”는 거였다.

잘 생각해봐라. 사람들이 왜 조중동을 기레기라고 부르는지를.

신분을 속이고 사칭하면서까지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또 그대로 실행해 버리는 기자의 도의도 상식도 없는 너희들의 사정을 왜 우리들이 들어줘야 하나?

후배란 놈도 결국 똑같은 놈일 거라 생각은 들지만 선배란 녀석이 후배한테 사과하는 일을 떠 넘기기나 하고 후배는 또 뭔 죄냐 싶어서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배란 녀석의 마지막 말이 내 신경을 자극했더랬다.
“이번 일은 밖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넘어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난 틈만 나면 그때의 내 감정과 기분, 다짐 같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일화를 꺼내어 다시 적는다. 기레기들...

아무튼 오늘 또 JTBC 기자란 냥반이 내 작품을 사용하겠다고 하니 그때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소환되었더랬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나 : “정말 JTBC 기자시면 명함 찍어서 보내주세요.”
기자 : “네? 명함이요?”
나 : “네, 예전에 2017년도 국회 곧바이 전 할 때도 TV조선 기자가 JTBC 기자라고 사칭하고 절 속여서 인터뷰 한 적이 있어서요.”
기자 : “아..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옆에서 통화를 듣던 직원이 한 마디 한다.
“명함 그거 이미지 만들기가 얼마나 쉬운데 또 속으실?”

아차!!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연락처는 또 어떻게 안 거지???

긴가민가해서 인터넷으로 JTBC 최OO이란 기자가 정말 있는지 검색을 해봤더니... 정말 있긴 있었다. 기사 내용도 대충 훑어 봤는데 이상한 글 쓰는 기자는 아닌 듯 싶었고 이번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 행사는 여러 매체에도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자료를 정리해서 보냈다.

아무튼 위와 같은 사유로 우리 집의 TV에서는 조중동 채널은 다 삭제했고 다음이나 구글 포털에서 뉴스 구독하는 설정에서도 조중동뿐만 아니라 그 밑에 아류 매체들까지 전부 숨김 설정을 해놓는다.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은 ‘무관심’이다.

그런 기레기들에게는 조회수 1도 주기 싫고, 1초의 시청시간도 아깝기 때문에 철저하게 무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던 날 정부기관과 관련된 모든 팔로우를 취소했고 어쩌다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유료 광고로 정부기관 광고가 나오면 보기 싫다고 숨김 설정을 매번 했다.

어느 분이 양쪽 말을 다 들어보고 판단을 해야지 어느 한쪽 말만 듣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고 물었을 때 난 대답했다. “사람이 아닌 것들이랑 어떻게 말을 섞겠어요? 그리고 그런 말은 저 말고 조중동만 주구장창 보고 듣는 사람들한테나 하세요.”라고.

그러던 중 갑작스레 오세훈의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추모행사를 불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 그런 족속들이었지 너희들은. 이름도 없는 분향소에, 근조도 쓰여 있지 않은 리본을 달게 하고, 유가족들끼리도 서로 연락을 못하게 숨기던... 너희는 그런 족속들이었지.

그래서 난 잊지 않기 위해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린다. 붓을 들 시간이 안 되면 이렇게 일기라도 쓴다.

글이든 그림이든 난 뜻을 같이 하는...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콘텐츠를 얼마든지 공유할 의향이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울산촛불행동에서 작품 이미지 써도 되냐고 물어왔을 때도, 한겨레 기자가 전시장 풍경 사진 써도 되냐고 물어왔을 때도 그리고 미주 한인사회에 사신 다는 블로그 이웃님이 글을 공유해도 되겠냐고 물어오셨을 때도 모두 OK했다.

그들이 아무리 진실을 숨기고, 책임을 은폐하며, 여러 조작들로 희생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를 이간질시켜 희생자들을 강제로 잊혀지게 만들지라도 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매번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그때처럼, 2022년 10월 29일을 기억할 것이다.

추신. 제가 블로그나 SNS의 쪽지나 덧글 등을 바로바로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자기 전에 둘러보면서 확인하긴 하는데 이것도 매일 하지는 않습니다. 하루 종일 SNS를 쳐다보고 있으면 인생이 피폐해 진다고 생각하는 쪽이라서... 아무튼 함께 연대의 마음으로 무언가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제 이메일을 이용해서 문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ajme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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