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일본에까지 와서 집회에 참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 간바레 이이야마 유키

조아진 2023. 8. 27. 19:31

일본에까지 와서 집회에 참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 간바레 이이야마 유키

 

봉선화의 집 방문 이후 도쿄도에 있는 요코아미쵸 추모공원엘 들렀다가 다시 향한 곳은 도쿄도청? 시청?의 시민 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본까지 와서 집회에 참여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하전남 작가님과 하루 종일 같이 돌아다니다보니 다음 스케줄을 서로 물어보게 되었고 나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으므로 김사리 작가와 함께 셋이서 집회 현장으로 가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미 일본에서의 아이고전이 있기 전에 일본 작가로부터 연대발언 요청이 있었었는데 그 내용을 일본어로 단톡방에 올리다보니 아무도 무슨 내용인지 몰랐더랬다... 아무튼 한국에서 온 작가도 연대 발언을 통해 힘을 보태야 했고 얼떨결에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마이크를 잡았더랬다.

 

내용은 이러했다. 이 집회의 주최는 이이야마 유키 (Iiyama Yuki)라는 젊은 작가였는데 작가의 여동생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작가는 여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일본의 정신병원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게 된다. 이때 우연히 조선인 두 사람에 대한 환자기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조선인인 두 환자는 어느 날 서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 중 한 사람이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조선인을 다 죽여라!” “이 조센징을 죽여라!” 두 사람 다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오히려 충격적이고 슬픈 장면이었다.

 

그는 간토대학살 당시 수많은 가족과 동료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이는 곧 정신질환으로 발전하여 입원하게 되었던 것. 일본인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조선인인 아닌 일본인으로 규정하며 말다툼을 하던 상대방 조선인을 당장 죽이라고 소리치는 자기부정의 방어기제가 발동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이이야마 유키 작가는 이 내용을 소재로 곧 영상작품을 만들었는데 조선인의 이중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인 메이츠 (In-mates)’이다. 그런데 도쿄도는 이미 사전에 영상상영이 예고되었던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여 전시를 취소시켜버렸다.

 

제발 나를 내보내주세요. 내 이름은 오카모토 신키치. 난 일본에서 살 거야. 난 일본에서 살아갈 거야, 여기서 라면 살아갈 수 있어. 난 여기서 살아갈 거야. 난 일본 사람이니까 조선 사람은 모두 말살이야. 난 일본인이니까 조선 사람 다 죽여 버릴 거야.”

 

전시 취소의 사유는 차별을 선동하는 '헤이트 스피치 (Hate Speech)'가 들어있다는 것. 영상에는 래퍼가 노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가 가사 내용으로 조센징을 죽여라라는 내용을 넣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문맥상 그 가사는 오히려 반대로 이해해야 하는 역설법의 노랫말이다. 역설의 미학은 엄연히 예술의 장르로서 존재하고 선진국이라는 일본이 그걸 부정하고 오히려 노랫말 한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전시 자체를 취소시켰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쿄도의 지사가 누구인가? 바로 고이케 유리코라는 기시다 일본 총리의 오른팔과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부정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아래의 공직자들은 권력자들의 기조에 맞춰 알아서 긴다. 비로소 그들이 왜 이이야마 유키 작가의 영상작품 전시회를 취소시켰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우리 한국작가들이 집회에 참여한 날은 이이야마 유키 작가가 변호사와 아티스트 노동자 조합, 동료 아티스트들과 약 3만 명의 항의 서한을 들고 도쿄도청의 인권부에 찾아가 전달하면서 지금 진실을 숨기고 차별하는 것은 누구인가?”, “표현의 자유가 있는, 인권을 존중한다는 나라에서 지금 가장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탑압하는 것은 누구인가에 대해 항의를 하러 간 날이었다.

 

그분들이 도쿄도의 인권부에 방문에 대화를 나누는 상황은 스피커를 통해 바로 아래의 집회 현장에 라이브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 사이 경찰들과 집회 참가자간 시비가 붙었는데 인도와 도쿄도청 건물 경계에서 5cm 정도를 침범했으니 당장 물러나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시위자분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뭐 우리나라라고 해서 별 다를 게 없겠다만...

 

나의 연대 발언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우리도 국회에서 사전 검열을 통해 전시작품들이 모두가 잠든 새벽에 기습 철거된 경험이 있다. 우리는 크게 분노했지만 오히려 그들로 인해 우리는 더 시민들과 가깝게 만날 수 있었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도 이번의 차별과 탄압이 더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무튼 연대발언을 하던 중 이호 작가님도 합류하셔서 멋진 사진들을 남겨 주셨고 또 이호 작가님도 발언대에 나와 연대의 메시지를 일본의 작가들에게 전했다. 영어로 말씀하셔서 정확하게 내용을 옮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용은 이러했다. “당신들을 분명히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도 이렇게 글을 남긴다. 참고로 827일에 한국에서 인 메이츠상영회가 있어서 방문한다고 얘기를 들었었는데... 어떤 상영회인지는 못 찾겠다... 암튼 저도 이이야마 유키 작가를 항상 기억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간바레 이이야마 유키~!! ガンバレ 飯山由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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