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아나바다 바자회 성황리에 종료? 근데 조금 섭섭해...
이번 주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총 나흘 간 이벤트 회의인 울 회사의 아나바다 바자회가 성황리에 종료 되었다. 중간에 물품이 떨어져서 다시 수급하느라 생돈을 써가며 새 물건까지 공수해온 실장과 직원들... ㅋ
물건 챙기랴, 구매리스트 정리하랴 직원들이 모두 정신이 나갈 정도였는데 한 1% 정도의 선생님들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벤트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내가 집에서 사용하던 휴대폰 충전기가 며칠 전부터 고장이 나서 사무실에 것을 가져다가 쓰고 다시 출근할 때 가져오고 했었는데 마침 어제 선생님 중의 한 분이 충전기를 10,000원에 내놓은 것이 아닌가!
직원 중 하나가 저 충전기는 10,000원이라는 가격에 절대로 팔릴 리가 없다면서 오늘 바자회가 끝나면 구매하셔도 된다고 해서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실장이 바자회 종료 전 대박세일을 외치자 충전기가 사라져버렸다. 세일로 인해 손해 보는 금액을 우리 본사가 채워주는 거라 두 배로 섭섭해...
선생님들이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본사 직원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던 관계로 이벤트 행사가 끝난 뒤 남은 물건들 중에서 구매하고 싶은 물건들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내가 1만원씩 지원한다고 하자 거기서 또 실장이 대표가 쪼잔하게 만원이 뭐냐고 해서 그.. 그럼 3.. 3만원씩... 이라고 했더니 다들 좋아라 한다. 음...
사실 휴대폰 충전기 외에는 모두 여성 물품이라 딱히 뭘 살 계획이 없었는데 어무이라도 사다드릴까 싶어서 물건들을 둘러봤다. 십자가가 달려 있긴 하지만 아부지가 악세서리를 좋아하시는 가죽 팔찌를 구매했고 어무이 용으로 가죽장갑, 장지갑, 스카프를 샀다. 뭐 워낙 자기 취향이 강하셔서 안 쓰시면 다른 분들 드리라고 하면 되고... 그리고 직원들이 내놓은 책 두 권은 내가 읽을 용도. ‘오렌지별에서 온 아이’와 ‘빙과’ 이 두 권인데, 직원들이 책 읽는 취향이 나랑 비슷해서 아마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바자회 물건으로 책 11권을 내놓았는데 세 권을 빼고는 모두 팔린 듯하다. 사실 정확히는 팔린 것일 수도 있고 실장이 그냥 덤으로 내보냈을 수도 있긴 하다.
11권의 책 중에서 ‘인간’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책은 ‘세 개의 이름으로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이라는 책이다. 실존의 인물로 세상에 이런 훌륭한 사람이 다 있나 싶었는데 반전과 감동의 스토리까지 있어서 정말 뭉클하게 봤던 책인지라 블로그에 리뷰도 썼더랬다. 리뷰로 썼던 책 속의 문장을 다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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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으로 살아오는 동안 민주화 운동도 하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 사람도 구하고 정선에서는 자연도 지키고, 그런데 그런 일들이 정작 선생님께 도움 되거나 관계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왜 그런 희생적인 삶을 사셨어요?” 그러자 반신마비로 입과 오른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그가 왼손으로 어렵게 써내려간 글씨.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너무나도 묵직하게 가슴과 머리를 내리치는 이 한 문장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고 또 동시에 앞으로의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에 대해 어떠한 확신 같은 것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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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지금까지도 내 맘을 울리는 이 한 마디, 한 문장은 내 삶의 방향과 목적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을 사간 우리 직원에게도 인생에 있어서 유효한 한 마디였음 좋겠다.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이긴 하나, 요한, 씨돌, 용현의 리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참조.
https://blog.naver.com/jinohng/222219732424
오늘 갑자기 새로 인쇄한 스케치북 박스 더미가 도착해서 짐까지 나르느라 땀범벅이었던지라 매우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하고 자야겠다. 이만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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