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광주 518 역사 탐방 : 518민주묘지

조아진 2023. 10. 22. 19:04

광주 518 역사 탐방 : 518민주묘지

 

노주일 선생님으로부터 518민주묘지에 가기 위해선 일부러라도 버스를 타야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버스 번호가 심지어 518. 광주 518번 버스는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사적지들을 정류장으로 정해서 운행하는 버스이다. 곳곳의 정류장에 들를 때마다 이곳은 어떤 일이 있었던 곳인지 일일이 설명해주시던 노주일 선생님.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가 내린 곳은 북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 전. 망월동묘지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이곳은 518 민주화운동당시 독재군부에 의해 학살된 일반 시민을 비롯하여 시민군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시민들은 처참하게 훼손된 주검을 손수레에 싣고 왔고 시신들을 거적때기로 덮어 놓은 상태에서 유가족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혈육의 시신을 찾기 위해 시신이 썩는 냄새에 구토를 하면서도 일일이 거적을 들추어야만 했다고 한다.

 

518정신계승 민족민주열사 유영봉안소 이곳은 518의 직접관련이 있는 분들을 모신 건 아니고 이름 그대로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희생되는 분들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3묘역으로 들어서는 언덕길의 바닥에는 전두환 내외가 묵었었다는 민박집의 기념비가 뽑혀져 박혀있다. 당연히 밟고 가라는 의미이기에 밟아 준다. 길의 오른편엔 망월동 오월돌탑이 있다. 참배객들이 하나 둘씩 쌓아 올린 것으로 돌마다 추모, 기도의 바람들이 적혀있기도 하고 바닥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인물인 힌츠페터의 추모비도 있다.

 

선생님의 인도를 따라 각각의 묘의 주인들의 사연을 듣다 눈에 확 들어온 묘지가 있었는데 바로 이한열 열사의 묘이다. 왼편에는 투명한 유리관이 있었고 선생님께서 그 뚜껑을 열어 방명록을 펼쳐 보여주셨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이신 배은심 어머니께서 남기신 글... “아들 보고 싶다. 잘 있었어.” 그리고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 강동원 배우를 비롯해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영화 촬영 전에 이곳을 방문하여 참배를 했다고 한다.

 

구묘역을 나와 길 건너편 후문을 통해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다. 2묘역은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이긴 하시지만 최근에 돌아가신 분들이 모셔지는 곳이라고 한다.

 

1묘역으로 가기 전에 먼저 유영봉안소로 향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희생자분들의 영정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토록 윤석열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위패도 없는 기이한 추모를 강제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도록 애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다시 제1묘역으로 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행방불명자 묘역. 봉분이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해 묘비만 있는 곳이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분들을 먼저 추모해야 한다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노주일 선생님께서 몇몇 묘비를 설명해 주셨는데 갑자기 배위가 무슨 뜻인지를 김운성 선생님께 여쭤봤고 자신도 잘 모른다고 하셔서 내가 찾아보니 남편과 아내가 다 죽었을 때에 그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마침 108일에 돌아가신 분의 묘가 새로 들어서는지 새로운 동판이 운반되고 있었다. ㅜㅜ

 

추모를 마치고 정문인 민주의문으로 나오니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노주일 선생님과 이런 역사탐방은 젊은 작가들이랑 제대로 날 잡고 다시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다 올해 일본에서 있었던 아이고전 때 봉선화의 집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라 말씀드렸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시면서 고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애쓰셨던 신민자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광주에 온 첫날부터 마치 내가 영화 택시운전사의 힌츠페터가 된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황송한 대접을 받았더랬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 때문인지 정말 광주라는 특별한 아픔을 간직한 도시의 독특한 문화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내가 힌츠페터가 아니라 택시 운전사인 송강호 배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삐 생업에만 매달려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앞으로 기억하는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광주로 차를 돌려 향하는 그 택시 운전사말이다. 그러고 보니... 딸꾹질이 사라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7i859xOpG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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