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포도나무 갤러리와 펭귄마을

조아진 2023. 10. 22. 14:13

포도나무 갤러리와 펭귄마을

 

20231014일 토요일. 전날 마신 숙취의 여파로 아침부터 계속 딸꾹질 중... 늦잠을 잘만도 한데 어김없이 평일 출근 기상처럼 잠이 깨서 해장용 뜨신물 샤워를 약 1시간 동안이나 했는데도 딸꾹질이 안 가셨다. 암튼 다시 김운성 선생님을 쫓아 정오쯤 밖으로 나섰다.

 

찾은 곳은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에 있는 포도나무 갤러리. 어제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소리 없는 목소리전을 기획하신 정현주 선생님이 운영하는 갤러리이다. (이 글을 전시회 리뷰 카테고리로 넣어야 하나 여행 카테고리로 구분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는데 전시회 보다는 여행 카테고리가 맞겠다 싶어서 그냥 릴렉스하게 글을 쓴다.)

 

선생님이 소개하시기로는 작지만 알찬 전시를 하는 곳이라고 하셨고 어제 전시회 이후 셋이서 차를 한 잔하면서 펭귄마을의 어원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문 약속을 하게 된 케이스이다.

 

펭귄마을이 왜 펭귄마을이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추측하기론 예전부터 뒷짐 쥐고 걷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셔서 걸음걸이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이야기 도중 정현주 선생님께서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해주셨다. “장흥에 배고픈 다리라는 게 있는데 아세요?”

 

이름이 배고픈 다리라니... 대박 정말 실제로 있는 다리 이름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말로는 오래전 다리 건너편에 고아원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마을 출신의 한 교수가 지역 연구를 위해 마을의 가장 어르신에게 구술 녹취를 하던 도중에 이런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저 다리를 만들려고 마을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았는데 그 금액의 총액이 백오푼이야. 그래서 백오푼다리야

 

세상에나... 배고픈 다리의 뉘앙스와 백오푼 다리의 뉘앙스는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암튼 다시 펭귄마을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곳은 광주에서 떠오르는 재개발 구역? 서울로 치면 삼청동 같은 느낌의 장소라고 한다.

 

골목 곳곳이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가고 있는 중이었고 정현주 선생님의 포도나무 갤러리는 그 수많은 골목들 중의 하나에 위치한 작은 한옥 스타일의 갤러리이다.

 

현재 전시는 기슬기, 최지목 부부 작가의 하늘 아래 두 개의 망막과 하나의 렌즈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슬기 작가는 사진작가이고 최지목 작가는 회화작가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협업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었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바라본 태양 빛을 회화와 사진이라는 두 시각예술 매체의 서로 다른 접근법에서 고찰한 연구성격의 전시회인데 잔상작용’, ‘플레어효과와 같은 빛의 일루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약간 어렵고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주제인데 내가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에 부모님의 영향으로 순수회화까지 접하고 있어 나 스스로. 장르의 정체성을 고민할 때 경계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자라고 정했을 때 고민했던 것들이라 오히려 이해가 더 쉬웠더랬다. 내가 현재 내리고 있는 생각에 비추어 본다면... 눈이나 렌즈 모두 둘 다 허상이고 동시에 둘 다 진짜다... 정도이다.

 

암튼 포도나무 갤러리는 첫 인상이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랐는데 갤러리 뒤편으로는 정선생님이 거주하시는 작고 아담한 집이 나와서 또 깜짝 놀랐다.

 

어릴 때 완산동에서 잠깐 산 기억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서 이런 작은 마당이 있는 소소한 집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로선 완전 사랑스러운 장소였다. 마당 한쪽엔 작은 손님방이 있는데 소리 없는 목소리의 감독님이 이 곳에 묵으시면서 촬영을 했다고 하시면서 광주에 다시 오게 되면 여기서 묵어도 좋다고 하셨더랬다. (개인 거주공간이므로 일반인들은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됨)

 

다음 스케줄로 은암미술관에 가야해서 펭귄마을을 본격적으로 탐방하진 못하고 다시 걸어서 이동. 도중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광들이 보여서 김운성 선생님께 계속 ! 여기?”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광주천 양림교 아래의 풍경은 소리 없는 목소리에서 보았던 그 장소 같았고 전남대학교병원 앞을 지날 땐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왔던 장소 같았다. “딸꾹

 

 

전시명 : 하늘 아래 두 개의 망막과 하나의 렌즈 기슬기, 최지목

전시기간 : 2023104- 1125

전시장소 : 갤러리 포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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