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길고양이 밥그릇을 숨겨 놓았다. 몇 주 전. 퇴근하고 돌아와서 보니 원래 두던 자리에 있어야할 밥그릇과 물그릇이 사라져 있었더랬다. 맛집이라고 비둘기들에게 소문이 나서 그랬는지 사료 그릇 주변이 온통 비둘기똥으로 덮여 있었고 어머니의 목격담에 의하면 비둘기 열 마리 정도가 와서 고양이 밥그릇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 누군가도 그 광경을 본 것인지 결국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을 치워버린 듯했다. 위생상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길고양이들에게 밥은 주고 싶고.. 생각해 낸 방법이 사료 그릇과 물 그릇을 화단 수풀에 숨겨 놓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길고양이들은 인적이 드문 숨겨진 길로 다니니 알아서 잘 찾아먹지 않을까? 라고 일기 쓰던 도중 고경일교수님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