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동지팥죽과 라면 그리고 길고양이밥

조아진 2022. 12. 22. 21:03

동지팥죽과 라면 그리고 길고양이밥

7시쯤 퇴근하기 전에 부모님께 카톡으로  오늘 동지라는데 팥죽 드시겠냐고 물었더랬다.

부모님이 팥죽을 좋아하시기도 하고 오늘 하루종일 코엑스 행사 때문에 고생하셨을 것 같았으며 팥죽이 면역력을 올려 준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듯하여 여쭤보았는데 피곤하면 식욕도 떨어지는 법이라 그런지 조금만 사라고 하셨더랬다.

아무튼 퇴근하고서 바로 길동역 1번 출구 앞 건물 지하에 있는 길동팥죽 가게로 향했다.

예전에 몇 번 왔었는데 그땐 코로나 방역 때문에 가게에 사람이 한명 있을까 말까였었는데 오늘은 동지팥죽의 영향인지 이 좁은 가게가 북적이고 있었다.

전엔 남자 사장님 혼자서 조리하고 포장하고 계산하는 일을 모두 하고 계셨었는데 오늘은 대목이라 그런지 계산과 포장을 돕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한 분 계셨다.

멀뚱히 서서 내 주문 차례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매대 위에 주문 내용과 연락처를 적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되서 2개를 주문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내 위로 네 명 정도가 더 있었고 다들 서너 개씩을 적어놔서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싶었다.

내 뒤로도 다시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는데 사장님이 전체 주문 개수를 확인 하시고는 죄송한데 휴대전화 뒷자리 1937번 손님까지만 주문을 받아야겠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뒷자리 1937번이면 나다!

사장님께서는 재료가 다 소진되어 더 이상 팥죽을 만들 수가 없다고 연신 사과를 하셨다. 음.. 어쨌든 나는 운 좋게도 세이프였다.

나는 팥죽이 맛있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어서 부모님 두 분의 것 만 사러왔던 고로 집으로 돌아와선 라면물을 올렸다.

날이 너무 추워서 그런지 오랜만에 라면이 땡겼기에 참깨라면과 신라면 콜라보로 두 개를 삶아서 맛나게 먹었다.

요즘 손가락 봉와직염 약이 독하다고 해서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고 있는 관계로 살이 좀 찐 것 같은데.. (다치기 전엔 하루에 한두 끼..)뭐 아무튼 아침은 빵, 점심은 직원들이랑 식당, 저녁은 어무이가 차려 주시는 통에 라면 먹을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았더랬다.

저녁을 먹은 뒤엔 집 뒷마당에 나가 식후땡을 하며 길고양이 밥그릇을 살폈더랬다.

어제 사료가 거의 바닥나서 통조림 두 개를 따서 남은 사료와 섞어 놔뒀었는데 반쯤 없어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만져보니 밥그릇에 남은 사료와 통조림의 고기가 꽝꽝 얼어 있었고 긁어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집으로 밥그릇을 다시 가지고 들어와서 전자렌지에 2분 정도 돌리니 다행히도 다시 말랑말랑 해졌더랬다.

오늘 길고양이 사료를 사와야 했었는데.. 또 깜빡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통조림 하나를 더 따서 그릇을 가득 채웠고 따듯한 물도 준비해서 밖에 내뒀다.

한두 시간만에 또 꽝꽝 얼게 될듯 싶은데.. 얼른 와서 먹어라.. 이 추운날 꽝꽝 얼은 밥을 긁어 먹어야 하다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일은 꼭 잊지말고 길고양이 사료를 살 것!.. 그러고보니 이발도 해야 하고.. 뭐지 이 기시감은.. ㅡㅡ;;

아.. 그리고 얼마 전에 봉와직염 치료차  병원 진료를 갔었는데 손가락은 장애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 경우엔 인대 파열 뒤에 2주 안에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경우로 손가락이 잘 안 굽혀지는 상태인데, 수술을 해서 손가락을 굽힌 뒤 심을 박아서 굽힌 상태로 잘 안 펴지긴 해도 물건을 쥘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그냥 지금 이대로 잘 안 굽혀지는 상태로 생활하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을 해도 또 6주간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약이나 먹고 염증만 뺄 생각이다.

뭐 자업자득이긴 한데.. 내가 의사와 병원을 불신하게 된 건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에 다음 기회에 썰을 풀어 보도록 하겠고..

아무튼 날도 무식하게 추운데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랍니다.

사람도 길고양이도 모두들 무탈히 이 차갑고 무거운 밤을 잘 견뎌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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