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693

오랜만이네

오랜만이네 한동안 안보이던 길고양이 녀석이 오랜만에 왔다. 늘 사료와 물을 주던 커다란 소나무 아래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 앉아 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오랜만이네.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야 왔냐고 물어봤지만 그저 못 들은 체 물끄러미 내 쪽을 쳐다보는 둥 마는 둥하고 있다. 난 네 놈의 밥 챙겨주는 집사가 아니므로 왔으면 왔다고 먼저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자세히 보니 몸이 전보다 야위었고 털도 거칠어진 것 같다. 하는 수없이 난 집에 있던 고양이 사료와 물을 이 녀석에게 갖다 바친다. 사료를 오드득 오드득 씹어 먹는 녀석을 잠시 우두커니 지켜보다 잘 먹고 다니라고 툭 던지곤 자리를 떠난다. #오랜만이네 #길고양이 #길냥이 #집사인듯아닌듯 #alleyCat ..

Memento mori 2020.07.05

시간연구 어제

시간연구 어제 어제 오전에 갑자기 2018년도에 5인 초대전을 했던 갤러리 큐레이터로부터 작품 구입문의 카톡이 왔다.라이브 사진을 요청했고 집안 어딘가에 있던 작품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지금보니 참... 멋진 작품같다. ㅋ 작품은 '시간 연구 - 어제(time study - yesterday)' 30호 혼합재료 2018년 5월 작품. 팔리건 안 팔리건 아무상관없다. 그저 관심을 가져준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만큼은 무척, 매우, 분명히 기꺼운 일이다. #시간연구 #어제 #타임스터디 #예스터데이 #timestudy #yesterday #혼합재료 #mixedmedia #조아진

Memento mori 2020.07.02

2020년 6월의 마지막

2020년 6월의 마지막 121개 블로그 활동 역대 최고로 많이 업로드 했다. 오늘은 잠이 안와서 새벽 5시 반쯤 출근한 관계로 저녁부터는 일하기가 싫어져서 자축겸 사무실에서 한 잔하려고 맥주사러 동네 슈퍼가는 길에 엄마랑 손잡고 가던 꼬맹이가 “엄마 저 아저씨 멋지다”라고 하는 것을 난 분.명.히!! 들었다. 난 단지 맥주사러 가는 동네 아저씨이긴 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어제 잠을 못 잔건 요즘 기분이 다운되서 그런 것이었지만 뭐 아무튼. 잠깐이나마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니까. 괜찮다. 2020년 6월의 마지막은 그냥 기분 좋은 하루였던 걸로 마무리 하자. #6월의마지막 #혼술러 #다음달은또얼마나 #사실지겨워

Memento mori 2020.06.30

2020년 6월 23일 일기

2020년 6월 23일 일기 오늘은 작업일기(그림일기)가 아니라 그냥 일기다. 근무시간 동안은 그림샘 온라인 홍보일을 했고 오후부터는 정보공개서 마감이 코앞이라 밤 10시가 좀 넘도록 데이터를 정리했다. 정보공개서라는 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1년간의 데이터를 정리해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라는 곳에 보내서 검증을 하는 과정같은 건데 1년에 한 번 하는 것인지라 1년간의 모든 가맹점들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또 그것을 정부기관에서 요구하는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다시 통계를 내고 분류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사실 사업초기엔 그림만 그렸던 사람인지라 잘 모르는 분야여서 전문 가맹거래사를 통해 의뢰를 했었는데 150만원(부가세 별도)이나 내야 했었다. 그런데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문제는 그 가맹거래사분께서 나한테 ..

Memento mori 2020.06.24

2020년 6월 16일 작업일기

2020년 6월 16일 작업일기 인스타그램에 부모님 작품을 업로드 한 뒤 좋아요를 표시해 준분들의 계정에 답장을 가서 좋아요를 눌러 주고 있던 중 좋아요를 눌러줬던 외국인이 다이렉트 메시지로 말을 걸어왔다. 내 계정 프로필에는 DM은 받지 않으니 용무가 있으시면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시할까 하다가 그래도 금방 좋아요를 받은 입장이고 또 부모님 작품을 좋아해준 것인지라 메시지 요청을 수락했다. 영어로 된 메시지의 내용은 “좋은 저녁이다, 내 메시지 요청을 수락해줘서 고맙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난 한글로 “난 영어를 못하니 용무가 있으시면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읽고 답장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몇 초 뒤에 그 사람이 한글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은 미국 사람이고 날 알게 ..

Memento mori 2020.06.16

2020년 6월 14일 작업일기

2020년 6월 14일 작업일기 오랜만에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사실 이런저런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그렇게나 그림을 그렸던 건데 막상 한 작품을 마치고 나니 다음 작품을 시작하기 위해 또 생각을 해야 하는 모순에 빠졌다. 공허(空虛)와 마주하고 나니 모든 것이 무의미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공허는 그저 공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허일까. 의미와 무의미의 쳇바퀴 속에서 지금 그나마 안도 할 수 있는 건 내일 그릴 그림이 있다는 것뿐인 것 같다.

Memento mori 2020.06.14